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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역사에서 흔히 '강국'이라고 불리는 나라가 존재했고, 존재한다. 위기에 강했던 로마, 50년의 짧은 기간 동안 전 세계를 제패한 몽골,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이긴 영국, 유럽 상업의 맹주 네덜란드, 인류역사상 전무후무 한 초강대국 미국. 이들, 강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강자의 조건>에서는 위 다섯 국가들이 가진 공통점을 다루며 강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풀어 이야기한다. 각 국가, 시대 역사 이야기를 재밌게 전개시켜 쉽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무척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세계의 강자들의 공통점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관용, 개방, 포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순종'이라는 것을 좋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더 깨끗하고, 고귀한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순종은 환경변화에 취약한 것처럼 종교든, 인종이든, 국적이든 문화적으로 폐쇄적인 순혈주의도 마찬가지다. 익숙하고 잘하는 것에만 집착하며, 다른 다양한 아이디어가 살아남기 힘들다. 국가는 물론, 사회나 문화마다 갖고 있는 특징은 모두 다르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회나 문화를 배척한다면 그만큼 배우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줄어드는 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8명으로 전 세계 꼴찌라고 한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인 인구 구조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커서 먹여 살려야할 노인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이민 정책이 중요하겠구나 생각하게 됐다. 지금 20~30대는 많지만 앞으로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할 것 같다. 그뿐만 아니더라도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개방된 자세로 외국인, 다른 문화를 더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책 속 밑줄 긋기
- 생물학적 순종이 변화하는 환경에 매우 허약한 것처럼 문화적으로도 폐쇄적인 순혈주의는 환경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에게 익숙하고,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양한 생각이 끼여들 여지가 없기 때문에 쉽게 극단주의로 빠진다. ‘다른 생각’이라는 이름의 제어장치가 없는 자동차인 셈이다. 그래서 급속도로 몰락한 제국들은 순혈주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 누구나 알다시피 ‘미국민족’이라는 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한국 등 대부분의 나라는 나라 이름 뒤에 민족이라는 명칭을 붙여도 무방하지만 미국만은 그게 불가능하다. 영국계, 아일랜드계, 독일계, 중국계, 한국계 미국인들이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미국인들에게 공통의 정체성이란 미국 시민권을 가진 미국인이라는 것뿐이다. 로마도 마찬가지였다. (56p)
- 중요한 건 내가 남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상대적 우월감이 아니다. 절대적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로 발전할 수 있다면 남들에게 좋은 것이 나에게도 좋은 것이다. 이건 결코 도덕적인 의미에서 사해동포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실용적인 입장에서 나와 나의 공동체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나와 나의 공동체가 발전하는 데 있어서 상대방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에게도 유리하다면 그렇게 하는 게 실용적인 것이다. (57p)
- 몽골인들은 자신이 잘 할 수 없는 분야에서는 거리낌 없이 자신이 정복한 이방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자신들만의 전통적인 방식에 집착하거나 자기들끼리의 힘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몽골인들의 사고방식과 가장 거리가 먼 방식이었다. (113p)
- 같은 고난을 겪어도 그 고난이 트라우마로만 남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고난이 더 큰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사람도 있다. 테무진 곧 칭기즈칸은 후자의 전형이었다. (129p)
- 영국 해군이라고 해서 배 위에 보병을 태우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영국이 보병을 태우지 않은 것은 영국에 보병다운 보병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우고 싶어도 태울 사람이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결핍은 혁신의 어머니가 되기도 한다. 영국 해군은 어쩌면 결정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었던 보병 부족이라는 상황을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극복하기로 했다. 아예 해전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206p)
- 혈통과 종교의 순수성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새로운 기술의 결합이란 양립하기 어려운 법이다. (241p)
- 각국에서 몰려온 이민자 혹은 이단자들을 빠르게 포용하면서 17세가 네덜란드의 황금시대가 열린다. 단지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는 것만으로 네덜란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손에 쥘 수 있었던 것이다. (302p)
- “어떤 이는 미국에는 혁명 대신 이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민 물결은 미국에서 중요한 변화의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새 이민자 무리가 오면, 이들은 자기들의 권리를 위해 싸웁니다. 이들은 통합과 접근권을 위해 투쟁합니다. 이는 모두를 더 좋게 만듭니다. 장기적으로 이는 미국을 개방하고 더 강력하게 만듭니다.” (360p)
- 남의 나라에 가서 성공한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신화는 요즘도 사그러들줄 모른다. 미국에서 세계은행 총재로 취임한 김용 총재도 한때 대단한 화제가 되었고, 올랑드 대통령이 임명한 프랑스의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문화부 장관도 남의 나라에서 성공한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DNA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이 두 케이스에서 정말 대단한 것이 우리 민족일까? 그 우수한 인재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대답은 자명하다. 정말 대단한 것은 사실 그 우수한 인재들을 자기 나라에서 성공하게 만든 미국과 프랑스인 것이다. (411p)
- 지금까지 살펴본 2,500년의 역사는 말하고 있다. 강대국을 만든 리더십의 실체는 힘이 아니다. 관용과 개방을 통한 포용이다. (4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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