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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10월 말, 주말 쉬는 날을 맞아 금토일 이렇게 양양으로 서핑을 다녀왔다. 여태까지는 경기도에 살기 때문에 그나마 가까운 태안 만리포에 갔었고, 최근 생긴 웨이브파크도 두 번 정도 갔었다. 그러니 양양은 처음이다.

 

2019년 3월 하와이에서 서핑을 처음 경험해보고 서핑에 빠졌었는데 한국 서핑의 메카인 양양이 처음이라니 서핑에 빠졌다고 하기에도 좀 그런 것 같다. 대한민국이 비록 작은 땅 덩어리라고 해도 서해쪽에 거주하는 나로서는 동해인 양양으로 놀러 가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평소 같았으면 긴 운전시간으로 인해 버스를 타고 갔을 테지만 얼마 전에 중고로 코코보드(코스트코 보드)를 아내와 내 것 두 개 구매하고, 자동차에 보드를 실을 수 있는 소프트랙까지 구입했기 때문에 나름 나도 이제 서퍼라는 기분으로 자차에 보드를 싣고 양양으로 달렸다.

2박 3일 동안 쉽게 서핑을 즐기기 위해서 숙소는 서핑샵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2인실로 정했다. 우리가 간 곳은 남애1리에 위치한 서프랩.

 

퇴근하고 저녁까지 먹으며 양양에 도착하니 시간은 밤 11시였는데 큰 문제가 생겼다.. 서프랩 운영시간이 10시까지이며, 체크인을 위한 아무런 안내를 못 받았다는 것이다. 운영 시간을 미리 확인하지 못한 내 잘못도 있지만 예약을 하고 당일까지 아무런 안내가 없고, 당일에 문을 닫을 때까지 우리가 체크인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무 연락이 없는 것에 황당하고 화가 났다.

 

어찌어찌 사장님 개인 번호를 알게 되어 전화를 수십 통해도 받지를 않으셨다. 몇 시간을 설렘을 품고 달려온 양양이 우리를 이렇게 맞이해주다니 정말 최악이었다. 근처 모텔을 찾으려도 해도 거의 없었고 가격도 비쌌다. 거의 한 시간 동안 고군분투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한탄하고 있을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사장님이었다!

 

사장님께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계속하시고 직원에게 말은 해놓았지만 그날 회식도 있었고 직원이 마치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우리 방을 오션뷰로 바꿔주셨다. 어쨌든 우리는 그제 서야라도 들어갈 수 있어 기분이 조금 나아졌고, 금요일 밤이라 쇼미더머니9를 보다 잠이 들었다.


서핑, 남애3리, 버거스테이지, 거북이서프바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밖을 보니 바로 앞에 예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양양에, 아니 바다에 왔다는 사실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일단 근처 식당에서 막국수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서핑을 하러 나섰다. 샵에서 웻슈트 렌탈을 하려고 하는데 어제 밤 일이 미안하다며 커피를 주시며 렌탈을 무료로 해주셨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어젯밤에는 참 화가 났는데 역시 자본주의ㅠㅠ

 

슈트를 갈아입고 보드를 챙겨 앞바다로 나갔다. 서핑하러 나온 사람이 나와 아내 둘 뿐이었다. 아무도 없고 파도가 대부분 쇼어 브레이크라 서핑할 수 없는? 안 좋은 파도였다. 결국 거기서 호되게 당하고 다른 해변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도저히 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로 위쪽 해변인 남애3리로 이동했다. 거기는 남애1리와 달리 사람도 좀 있었고, 무엇보다 파도가 정말 좋았다. 그리고 고운 모래와 완만한 수심! 이번 양양 여행으로 우리는 남애3리 해변에 반했다. 우리는 트렁크에서 캠핑의자를 꺼내 해변에 설치해 몇 가지 짐을 두고 바다로 향했다.

 

남애3리는 개인적으로 현재 최애 해변이다. 물론 파도는 날마다 다르고, 아직 한국에서 많은 해변을 가본 것은 아니지만 내게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단점이라면 주변에 편의점이 없다는...

 

중고로 구매한 코코보드를 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적응하는데 꽤 힘들었다. 원래 9피트짜리 스펀지 롱보드를 탔었는데, 코코보드는 8피트이다 보니 패들링이나 테이크오프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계속 타다 보니 적응하게 됐다. 웨이브파크에서 배운 사이드라이딩을 천연 바다에서 정말 잘 써먹었다. 이제 사이드라이딩은 나름 익숙해졌다.

 

우리에게는 주말이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실컷(사실 아직도 부족하다!) 서핑을 즐기고 물에서 나와 양양 이곳저곳을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하조대의 유명한 서피비치도 가보고, 양양에서도 서핑 중심지인 죽도에도 다녀왔다. 죽도는 역시 사람이 많았다. 라인업에도 사람이 많고, 해변이나 캠핑장에도 사람이 많아 핫플레이스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늦은 점심을 죽도에 있는 '버거 스테이지'라는 곳에서 먹었는데 꽤 괜찮았다. 죽도가 서핑 메카라 그런지 하와이 노스쇼어에서 유명한 '하와이 새우트럭'이라는 가게도 있었다. 이곳은 다음 날 방문해서 쉬림프볶음밥인가? 먹었는데 매우 맛있었다! 죽도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면 이 두 가게 추천한다.

버거스테이지(좌), 하와이새우트럭(우)

여름도 가고 가을이 지나는 중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져서 너무 아쉬웠다. 서핑을 더 하고 싶었는데 날이 어둑어둑해져 고민이 많았다. 샤워도 다 끝낸 상태인데 샵에 돌아가서 다시 슈트를 입고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니. 그래도 후회는 남기지 말자는 마인드로 어두운 하늘을 위에 두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날이 어두워 파도가 오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 파도를 잡기가 어려웠다. 좀 더 빨리 올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남김없이 놀고 결국 바다에서 맨 마지막에 나왔다.

그날 저녁은 서프랩 옆에 위치한 '거북이 서프바'라는 곳에서 해결했다. 메뉴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치킨떡볶이, 쉬림프튀김? 이렇게랑 음료를 시켰다. 가게 인테리어도 나름 힙하고 음식은 꽤 맛있었다. 우리 둘이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 결국 남겼지만..ㅠㅠ


싱글핀 소울 인비테이션, 죽도

마지막 날인 일요일 아침을 맞아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우리는 다시 죽도로 이동했다. 그 이유는 바로 '싱글핀 소울 인비테이션'.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됐는데 마침 그 주말 일요일에 죽도 해변에서 싱글핀 소울 인비테이션이라는 연 1회 열리는 싱글핀 롱보더들의 이벤트 대회? 같은 행사였다.

 

어떻게 그렇게 날이 잘 맞았는지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죽도에 도착했고, 해변에 캠핑의자를 펴놓고 앉아 여러 롱보더들의 멋진 퍼포먼스를 감상했다. 어쩜 그렇게 파도를 잘 타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다. 크고 무거운 보드를 이리저리 회전하고 보드 위에서 걷는 로깅, 행파이브, 행텐은 정말 매력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나서프라는 유튜브를 하고 있는 김지나 선수를 응원했는데 그분이 그날 MVP 서퍼로 선정되었다.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준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3회 싱글핀 소울 인비테이션

오전에 대회가 끝나고 나니 다시 한번 우리에겐 서핑을 향한 뜨거운 마음이 생겼고 바로 남애3리로 이동해 서핑을 즐겼다. 1~2시간 타다가 아내가 인터넷 출석 수업이 있어 바다를 나왔다. 카페를 가야 했지만 남애3리에 카페가 없어 우리는 죽도로 이동하고 나는 서핑을, 아내는 수업을 들었다.

 

한국에서는 서핑하면 '죽도'이기 때문에 기대가 컸지만 개인적으로는 남애3리가 훨씬 좋았다. 파도는 죽도가 더 좋을지 몰라도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남애3리 파도도 엄청 좋았다! 죽도로 이동해서는 1시간 안 되는 시간 동안 서핑을 하고 나와 다시 집에 돌아갈 채비를 했다.

 

2박 3일이 생각보다는 짧았지만 양양에서의 그 시간은 너무 행복했다. 바다와 서핑. 너무 매력적이다. 경기도에 사는 게 원망스러울 정도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발리, 하와이, 호주 등등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날이 많이 추워지는데 언제 또 서핑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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