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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씨스피라시>라는 다큐멘터리가 화재다. 씨스피라시(Seaspiracy)란 바다라는 의미의 'Sea'와 음모라는 의미의 'Conspiracy'의 합성어이다. 즉, 바다를 둘러싼 음모라는 의미의 제목이다.

이 영상의 제작자인 '알리 타브리지'(이하 알리)는 어린 시절부터 돌고래, 고래에 관심이 갖고 있었으며 그만큼 좋아했다. 성인이 되어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바다가 얼마나 멋진지 보여줄 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 다큐멘터리의 시작이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가려져 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플라스틱 쓰레기

아마 이 이야기를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해안에 죽어있는 고래의 뱃 속에서 비닐봉지가 대량 발견 된다거나, 바다 거북이 플라스틱 빨대를 먹고 죽는다거나 하는 이야기 말이다. 실제로 1분마다 트럭 한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고,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는데 그 수만해도 은하계의 별 개수보다 적어도 500배 이상이다. 바로 우리 인간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바다를 위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인간에는 '나'도 포함된다.

알리는 그 사실을 알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칫솔, 수저, 물통을 바꾼다. 그리고 해변에 나가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여러 해양 환경 단체에 기부도 한다. 그렇게 자신이 하는 일이 의미가 있는 방법인지 의심이 들 때, 한 뉴스를 보게 된다. 일본이 국제 포경 위원회에서 탈퇴하고 상업적인 고래 사냥을 공식적으로 재개한다는 것. 그래서 알리는 파트너 한명과 그 산업이 일어나고 있는 일본 '다이지(TAIJI)'로 향한다.

어업의 어두운 이면

실제로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다이지라는 곳은 일본에서 매우 은밀한 도시이다. 그곳에 들어가자 마자 경찰차가 따라붙고, 어디를 가든 위장 경찰이 감시하며, 실제로 잡히면 오랜 기간 감금되기도 하는 곳이다. 그들이 하는 일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다행히 알리는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그가 거기서 보고 촬영한 장면은 아주 많은 돌고래들이 잡히고 살상되는 것이었다. 그것도 매일.

돌고래는 공연용으로 훈련되고 쓰여서 가격이 높게 거래되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생포된 돌고래보다 살상된 돌고래가 12배나 더 많다는 것.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경쟁 상대라고 여겨지는 돌고래를 죽여 참치를 더 많이 잡기 위함이었다. 참 어처구니가 없고 충격적이다. 그리고 그 산업의 주축은 전범기업으로 잘 알려진 '미쓰비시'였다.

어항에는 참치 말고도 다른 값비싼 어종이 있었다. 그것은 상어였으며, 상어는 지느러미만 잘린채 바다로 버려졌다. 그게 바로 신분의 상징이지만 실제로는 맛도, 영양가도 없는 '샥스핀'(Shark's fin)이다. 잘려진 지느러미는 대부분 중국으로 향했으며, 그 중에서도 샥스핀의 도시로 알려진 홍콩이었다.

상어와 고래는 해양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다. 그 포식자들의 개체 수가 몇십 년 사이 80~99%까지 감소했다. 이건 최상위 포식자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바다 전체 생태계를 파괴한다. 차상위 포식자들은 단기간 개체수가 증가하지만 그들의 먹이인 하위 포식자가 다 먹히고 없어지면 다 죽게 되고, 그것이 최하위 포식자까지 반복된다.

 

 

환경 보호 단체

 

참치캔에 '돌고래 안전'(Dolphin Safe)라는 친환경 라벨을 부여하는 MCS와 인터뷰 결과 참치를 잡을 때 돌고래를 죽이기 않는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떻게 아느냐 이 말이다. '돌고래 안전'(Dolphin Safe)이라는 친환경 라벨의 실상은, 서로의 이해관계(당연히 돈)에 따라 라벨을 부여하고 인증하는 것이었다.

더 화가 나는 것은 환경 보호 단체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함구한다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 파괴의 원인을 상업 어업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 대상은 바로 맨 처음 언급되었던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실제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 우리가 버리는 플라스틱 빨대는 몇 프로일까? 겨우 0.03%이다. 그리고 46%가 어업에 사용되는 어망이다. 충격적이지 않은가? 우리는 플라스틱 빨대가 바다를 파괴한다고 '세뇌' 되었다. 환경 보호 단체 어디서도 어업 장비에 대한 언급 자체는 없으면서, 플라스틱 빨대와 같은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어이가 없다.

환경 보호 단체가 왜 그 문제에 대해 얘기하길 꺼릴까? '돈'을 따라가면 바로 알 수 있다. 그 환경 보호 단체를 지원하는 곳이 MSC, Earth Island와 같은 단체이며, 그들은 해산물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한 어업과 협력하는 관계였다.

노역 문제

새우잡이 배에 잡혀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일도 실제로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바다는 무법지대에 가까웠다. 강제로 배에 태워 노역 시키고, 따르지 않으면 죽여 버리고.. 영상에 나와 인터뷰한 한 남자는 10년 동안 배에서 지냈다고 한다. 지금 시대에도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우리가 배우지 못했던 바다의 놀라운 기능

모두에게 잘 알려진 사실 중 하나는 나무와 숲이 지구의 탄소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더 중요한 사실은 해양 생물들이 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저에 탄소를 격리시킨다. 또한 해초와 다시마숲은 지상의 열대 우림보다 20배나 많은 탄소를 빨아들일 수 있다. 바다는 사실 지구에서 가장 큰 탄소 개수대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고 배우고 알고 있다. 하지만 바다의 플랑크톤이 아마존 열대우림의 4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85%를 생성한다는 사실은 모른다. 우리는 바다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어류 양식업은?

어류 양식업은 부수 어획도, 불법 조업도, 해저 손상도, 멸종 위기종을 죽이는 것도, 노역도 없는 어업이다. 하지만 양식업도 문제가 굉장히 많다. 양식업의 물고기들은 오염이나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살면서 지구의 넓은 바다를 누벼야 하는 물고기가 좁은 곳에 갇혀 돌기만 하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 환경 때문에 양식업장으로부터 나오는 유독성 폐기물은 어마어마하며, 물고기들은 그런 수질에 갇혀 있는 것이다.

연어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핑크빛의 매끈한 연어살이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양식장에서 양식된 언어는 사실 회색이며, 양식업자들은 붉은 색소를 첨가해, 우리가 아는 그 연어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듯 양식업 또한 환경을 파괴하며, 그것은 고스란히 물고기들에게도 간다.

해결책?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든 생각은 '차라리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사람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텐데'였다. 바다를, 지구를 파괴하는 것이 우리의 플라스틱 사용은 정말 미미한 정도이고 산업화된 어업 때문이라면 우리가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규모인데다가 바다 위에서 활개하는 그 산업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참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는 않다. 바로 물고기의 섭취를 중단하는 것이다. 사실 해산물을 섭취해야할 필요는 없다. 오메가3는 사실 물고기들이 공급해주지 못하며(해조류들만 가능), 오히려 우리가 먹는 물고기 속에는 여러 중금속, 다이옥신 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굳이 먹어야하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맛 있다는 것.

또한 물고기와 같은 동물의 섭취를 줄이고, 식물에 기반한 해법이 우리가 현재 연구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 중 하나이다. 해초로부터 해산물을 만들어 바다를 해치지 않고 해산물을 공급하는 것이며, 해산물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부정적인 것을 제외한)을 똑같이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맛있게!!

사실 내가 이 액션을 바로 취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해산물은 너무 맛있고, 나는 새우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다를 엄청 좋아하는데 그 주변에는 해산물 음식 천지다. 찾아보니 미국의 'New Wave Foods'라는 곳에서 해조류로 만든 식물성 새우를 만들었다. 먼저 새우의 80%를 외식산업이 차지하고 있어, 음식점 납품부터 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점점 더 이런 진실이 밝혀지고, 인간이 지구에서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길 바란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고 놀라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불편하고 안타까웠다. 그 불편함은 아마 해결되기 어려워보이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나'라는 작은 존재도 이 영상을 이렇게 보게 된 것처럼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많은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구가 회복되길 정말 간절히 바란다.

P.S.

이 다큐멘터리가 화재가 되자, 여러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 영상의 내용에 공감하는 의견도 많은가하면 이 영상에서 이야기하는 바가 과장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몇몇 환경 단체에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이 어찌되었든 지금 바다와 우리 지구, 인류가 점점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차라리 그들의 말마따나 <씨스피라시>가 사실을 과장해 보여주고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지구가 덜 아픈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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