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울타리를 넘자

나는 강원도 시골에서 태어나 어릴 적 산을 오르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며 자랐다. 학생일 때는 사교육을 거의 모르다시피 했으며, 인서울이라는 목표 따위도 없었다. 좋게 보면 보면 미래에 대한 별 걱정 없이 살았던 것 같다. 이것이 내 울타리였다. 내가 자란 환경이었다. 사람마다 생각과 시야가 다르고 저마다의 꿈과 목표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게 알았지만, 약 20년 동안 나고 자란 강원도를 벗어나 대학교에 가서야 그 사실을 몸소 느꼈다.

 

내 특성을 좀 이야기하자면, 나는 내향적이며 감정보다는 이성이 행동방식을 지배하는 사람이다. 남들이 말하는 내 이미지는 거의 동일하다. 무뚝뚝하고 감정적이지 않으며, 타인의 시선을 개의치 않아하는 사람. 대부분 동의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다른 사람을 꽤 신경 쓰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에 휘둘리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 마이웨이랄까?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살면서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문제가 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관계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두루두루 잘 어울려 지냈다. 대학을 다닐 때는 고민상담을 해주는 일도 더러 있었다. 아마 감정적이나 정신적으로 흔들림이 없어서 그들에게 의지가 되었던 것 같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관계적인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의 생일을 잘 챙기지도 않으며 친구들과 연락도 잘하지 않는다. 아마 내향적인 사람의 특성 중 하나일 것이다. 감사하게도 그런 특성을 가진 것 치고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며 자라왔다.

 

고등학교까지는 지역적 특성 때문인지 친구들이나 이웃들과 무척 가깝게 지내며 서로 다른 모습들을 거리낌 없이 공유했으며, 반대로 대학에 가서는 그런 공동체의 느낌을 벗어나 아직 융화되는 게 익숙지 않은 개인주의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람은 모두 다르다. 나와 당신의 생각이 다르듯 전 세계 사람은 모두 다르다.

 

사람은 태어날 때 얻은 특성과 더불어 자기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로 만들어진다. 그 요인들로는 국가가 될 수도 있고, 가정환경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른 사람 안에 있는 것은 대부분 내 안에 형성되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만나는 가족과 친구들 덕분에 이해하는 지경이 넓어진다. 그 점을 생각할 때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어울리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흔히 "여자를 많이 만나봐야 해", "남자를 많이 만나봐야 해" 같은 이야기를 한다. 왜냐하면 직접 부딪혀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험을 우리를 성장시킨다. 우리는 새로운 많은 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배울 점이 없는 사람이란 없다. 범죄자를 보고도 '저렇게 살지 않아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그 행위를 가까이서 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사고를 확장하는 것은 매우 능동적인 일이다. 내가 그만큼 가까이서 보고 경험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며, 같이 행동한다면 정말 최고의 방법이다. 그 경험이 좋았든 싫었든 나를 성장시키는 좋은 양분이 된다. 주위에 그럴만한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정말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내가 알지도 못하고, 만날 수도 없는 세계 어딘가에는 내 주위 사람들보다 더 굉장하고 새로운 것들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 속을 어떻게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을까? 그게 바로 독서다. 독서는 인간에게 온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 조그맣던 내 울타리를 부시고 전 세계에까지 확장해나갈 수 있다.

 

20년을 넘게 살았지만 아직도 내 울타리 너머에는 새로운 것들 천지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환경 덕분에 좋은 양분을 받으며 자라왔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싶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울타리 넘어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가갈 때마다 우리는 여태껏 상상도 못 한 광경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