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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디지털에서 멀어지기

리케리케 2022. 2. 2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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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남을 때면 컴퓨터 아니면 스마트폰이었다. 컴퓨터를 할 때면 게임, 스마트폰을 할 때는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연속이었다. 사실 그 생활은 꽤 좋았다. 나름 마음의 여유도 있었으며 게임을 즐기고 미디어 속에 빠지는 것도 재밌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에 채워지는 것은 그리 많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뭐 따지자면 유튜브를 보면서 조금씩 쌓이는 잡지식이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미세하게나마 익숙해지는 영어??

 

더구나 여러 미디어를 접하면서 더 재밌는 것을 갈구할 때가 많다. 내 경우에는 유튜브로 더 이상 보고 싶은 게 없었다. 넷플릭스에도 정말 많은 컨텐츠가 있지만 이상하게 점점 덜 보게 됐다. 이 현상이 며칠째 지속되다 보니 삶의 활력도 점점 잃어갔다. 내 삶에서 미디어가 그렇게 큰 의미였나 보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다시 책을 폈다. 마지막으로 읽은 지 몇 달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항상 가방 속에는 책이 있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꽤 흥미롭게 읽고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책이다. 꽂혀 있는 책갈피를 보니 한 80%까지 읽은 상태였다.

 

나는 예전부터 책에 관심은 많았지만 정작 많이 읽지는 못했다. 책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인데 대학생 때면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쪽지시험이니, 중간(기말) 고사니 중간에 쉬게 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다시 읽을 때면 이전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거나, 흥미가 떨어져 결국 포기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어쨌든 최근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인간관계론을 폈을 때 다행히 큰 어려움 없이 이어서 읽을 수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책을 읽을 때마다 컴퓨터에 따로 정리해둔 일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은데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적어놓지 않으면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은 후에도 '무슨 내용이었지?' 생각할 때가 많다. 앞서 말했듯이 책을 오래 읽는 스타일인데, 오랜 시간을 걸쳐 읽은 책이 결국 저 기억 너머로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면 너무 아깝다. 그래서 읽은 책을 기록하기로 했다.

책을 읽을 때는 밑줄을 긋거나 표시를 하고, 컴퓨터에 한글 파일로 옮겨 적는다. 옮겨 적을 때 다시 한번 읽게 되고, 필요할 때 그 많은 문장들을 다 볼 필요도 없이 정리한 파일만 봐도 어떤 책이고, 무슨 내용인지 상기할 수 있다. 어쨌든 그 덕분에 오래전에 읽은 책도 다시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오랜만에 책을 펼쳐 읽다 보니까 최근에 느끼지 못했던 풍성함을 누릴 수 있었다. 인간으로서 글을 읽고 사색하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끼게 되었다. 디지털에서 조금 멀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로부터, 넷플릭스로부터, SNS로부터,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으로부터.

 

마쓰다 미쓰히로는 <청소력>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버린다는 행위는 새로운 자신이 되기 위해서 불필요한 요소를 버려 나간다는 것입니다.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버려보기로 했다. 물론 전부를 버리는건 아니고 조금 덜어낸다고 하자.

 

그러면 이제 무엇을 채울 것인가? 제1은 당연히 독서다. 지식이다. 학식적 안목이다. 나는 그렇게 박식하고 비상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독서가 필요하다 다른 선생(先生)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독서다.

 

독서는 어떻게 보면 이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물론 꾸준히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독서에서 그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별거 아니지만 그동안 해오던 책의 일부분을 정리해서 옮겨 적는 것도 사실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그것을 넘어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고 정리하고 적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처음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할 때 '어떤 것을 쓰지?' 하는 막연한 어려움이 있지만 독서를 할 때면 마음속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자연스레 많아진다. 그런 생각을 놓칠 때면 정말 아쉽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아까운 일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메모를 해야 한다.

 

어디에도 좋다. 노트, 포스트잇, 휴대폰에 간략히 적어놓고 컴퓨터나 노트북 앞에 앉아 천천히 글을 써 내려간다. 글을 쓰는 것은 참 신비한 일이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받아들인 것 이상으로 사고가 확장된다. 사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둔 "디지털에서 멀어지기" 한 문장에서 시작됐다.

 

내 삶에서 디지털을 조금씩 덜어내고, 독서와 글쓰기를 담아가려고 노력한다. 아직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열고 볼 것도 없는 SNS와 유튜브를 들어가지만 확실히 책을 펴는 횟수가 많아졌다. 실제로 이렇게 글도 쓰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내 안에 채워가고, 확장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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